그로스 IQ : 쉐이크쉑, 파격적 환대
“모든 것이 급변하고 고객의 기대치가 끊임없이 높아지는 오늘날의 소매 환경에서도, 세포라에게는 변하지 않는 진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적화된 뷰티 경험을 제공하는 것만큼 고객과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더 나은 방법은 없다는 사실이다.”
— 캘빈 맥도널드, 세포라 아메리카 회장 겸 CEO
지난 10년 동안 소비자의 구매 행동은 급격히 변화했다. 우리 주변 사람들의 쇼핑 습관만 살펴봐도 이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규모는 작지만 고객 경험을 최우선으로 삼는 기업들이 거대 기업과의 경쟁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소매업을 재정의하는 기업 중 하나가 바로 세포라다. 세포라는 수십 년간 뷰티 업계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2016년, 세포라는 전 지역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며 매출과 수익 모두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2016년에만 100개 이상의 매장을 신설했고 2017년에는 미국에서만 70개의 신규 매장을 오픈했다.
초창기부터 세포라는 “뷰티 쇼핑을 어떻게 즐겁고 흥미로운 경험으로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 집중했다. 세포라의 성공 요인은 무엇을 팔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팔았는가에 있다. 즉, 고객이 브랜드 및 직원과 상호작용하며 느낀 감정이 핵심이다. 세포라가 성장의 모든 과정에서 고객 경험 경로를 택했다는 사실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세포라가 보여준 파격적 전략들은 다음과 같다.
진열 방식 혁신 : 브랜드 중심이 아닌 제품 중심으로 매장을 구성한 초기 업체 중 하나였다.
디지털 전환 : 발 빠르게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모바일 앱을 개발했다.
데이터 기반 소통 : 뷰티 인사이더 프로그램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별 맞춤 제품을 추천했다.
첨단 기술 도입 : 핀터레스트 연동, 매장 내 비콘 활용, 모바일 POS 시스템 등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세포라의 최신 매장 모델인 세포라 스튜디오는 첨단 기술을 집약한 소형 매장으로 고객 경험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의 43퍼센트는 맞춤형 쇼핑 경험을 위해 비용을 최대 10퍼센트까지 추가로 낼 의향이 있다. 또한 디지털 기술과 자사 데이터를 통합해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는 매출 증가 속도가 일반 브랜드보다 6~10퍼센트 빠르며, 성장 속도는 2~3배에 달한다.
세일스루Sailthru의 조사에 따르면 세포라는 뷰티 업계에서 가장 개인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로 평가받았다. 그 결과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매출은 연평균 10퍼센트 성장을 기록하며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체험형 판매 전략
소비자는 사라지지 않았고 소비를 줄이지도 않았다. 달라진 것은 소비자의 취향, 즉 시장 맥락일 뿐이다. 현재의 24시간 경제 시스템은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때 가격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충성도에 따르도록 만든다. 세포라는 자사 매장이 고객이 물건을 사기 위해 잠시 들르는 평범한 장소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함께 배우고 시험하며 다양한 제품을 체험하는 커뮤니티에 더 가까운 존재가 되기를 원한다.
혁신적인 화장품이나 뷰티 제품이라는 말을 들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기발한 브랜드 이름, 창의적 패키지, 눈길을 사로잡는 매대 디자인, 유명 셀럽이 등장하는 광고를 떠올린다. 그러나 1969년 파리에서 설립된 세계 최대 명품 그룹 LVMH 산하에 있는 세포라는 전혀 다른 유형의 기업이다.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모세의 아내 세포라의 이름을 딴 이 회사는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하는 역량(경로 3 시장 확장 가속화), 제품을 혁신하는 능력(경로 5 고객 및 제품 다각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는 실행력(경로 6 영업 효율 최적화)을 결합했다. 이 모든 과정은 고객 경험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러한 전방위적 집중 덕분에 세포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뷰티 소매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다. 제품뿐만 아니라 고객과 소통하는 방식까지 혁신하려는 태도는 창업 초기부터 세포라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세포라의 창업자이자 CEO였던 도미니크 망도노는 뷰티 비즈니스의 맥락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는 시장이 소규모 부티크 중심에서 소비자 주도로 확장되는 방대한 제품 카탈로그 중심의 대형 매장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일찍이 간파했다.
또한 망도노는 화장품과 향수처럼 분리돼 있던 분야들이 점점 긴밀하게 연결돼 뷰티라는 거대한 솔루션 중심 산업으로 수렴하는 추세에 주목한 선구자 중 한 명이었다. 따라서 세포라의 역사는 망도노와 그 뒤를 이은 경영진이 서로 다른 비즈니스를 결합해 상호작용 중심의 고객 경험을 만들고, 이를 다시 디지털 경험으로 진화시켜온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세포라의 성장은 머천다이징에 대한 독특한 접근 방식 그리고 고객이 매장에서 어떤 경험을 원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예를 들어 세포라 매장은 고객이 여러 브랜드와 제품 사이를 편안하게 오가며 쇼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동선을 설계한다.
망도노의 초기 제품 혁신 중 하나는 그가 어시스티드 셀프 서비스assisted self-service라고 부른 개념이었다. 이는 당시 대부분의 화장품 매장에서 운용하던 방식과 달리, 고객이 구매 전에 실제로 제품을 시험해볼 수 있도록 허용한 전략이었다. 그는 이 방식을 통해 기존 고객의 구매를 늘렸고(경로 2 고객 기반 확대), 신규 고객을 유입시켰으며(경로 3 시장 확장 가속화), 전반적인 영업 효율을 끌어올렸다. 전 세계 뷰티 소매 시장에서는 세포라의 방식을 빠르게 모방해 표준으로 삼았다. 세포라는 기존의 로열티 패러다임을 고객이 더 많이 테스트할수록 더 많이 구매하게 되는 구조로 전환하는 데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세포라가 새로운 시도를 할 것이라는 첫 신호는 전자상거래 붐이 정점에 달했던 1999년에 나타났다. 그해 세포라는 미국 시장을 겨냥해 첫 온라인 스토어를 열었다(경로 3 시장 확장 가속화). 당시 인터넷 환경이 성숙해지면서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브랜드와 맺는 경험을 점점 더 중시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당시는 대부분의 뷰티 기업이 슈퍼마켓이나 약국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던 시기여서 세포라의 결정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실제로 경쟁사 대부분은 그로부터 10년이 지나서야 온라인 스토어를 열었다. 그 덕분에 세포라는 엄청난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선도적 위치를 점유했다는 사실만으로 성공을 설명할 수는 없다. 경쟁사의 전략을 그대로 모방한다고 해서 동일한 성과를 얻을 수는 없는 법이다. 세포라의 성공은 단일한 전략이 아니라, 다양한 성장 경로를 시장 맥락에 맞게 조합하고 올바른 순서로 실행한 결과였다.
2006년, 세포라는 고객 경험 경로를 추구하며 다시 한번 기존의 틀을 넘어섰다. 고급 뷰티 전문 매장을 이용하지 않던 새로운 고객층에까지 다가가고자 한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 내 JC페니 백화점 안에 소형 매장인 팝업 스토어를 열기 시작했다. 2017년 말 매장 수는 약 650개로 늘어났으며, 이는 미국 내 JC페니 백화점의 약 75퍼센트에 입점한 수치였다.
고객 경험 경로와 파트너십 경로가 결합되면서 고객은 온라인에서 주문한 제품을 당일 JC페니 매장에서 직접 수령할 수 있게 되었다. 세포라는 이 방식을 통해 접근성과 편의성을 모두 기대하는 고객을 만족시켰다. 이후 JC페니는 온라인 제품 구성을 대폭 확대했고 매장 내 뷰티 컨설턴트의 메이크업 서비스 예약 기능도 추가했다. 이 파트너십은 오프라인 매장의 위기론과 소매업체 간의 경쟁적 협력이 불가능하다는 통념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었다. 성과는 수치로 나타났다. 2017년 말, JC페니는 뷰티와 고급 보석류 부문의 호조에 힘입어 매출이 3.4퍼센트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세포라의 성공 요인은 파트너십 체결과 자체 이니셔티브 추진 그리고 과거의 경쟁사들과 협력해나간 정교한 실행 순서에 있었다. 경쟁사들이 정체기에 머물 때 세포라는 홀로 데이터 활용 능력을 통해 성장의 돌파구를 찾아냈다. 구체적으로 보면 POS 단말기, 로열티 프로그램, 온라인 채널, 소셜 미디어 캠페인을 촘촘히 연결해 고객의 현재 요구와 미래의 욕구를 읽어내는 학습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시간이 갈수록 더욱 정교하고 매력적인 고객 경험을 설계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곧 강력한 재구매와 열성적 충성 고객층 확보를 이뤄냈다.
세포라의 고객 경험 혁신은 단순히 온·오프라인 쇼핑을 개인화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뷰티 팁 및 컬러 IQ 워크숍을 운영하고, 고도화된 데이터 분석과 증강현실 기반의 가상 메이크업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브랜드 성장을 위해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세포라는 지속적인 로열티 향상을 위해서라면 진보적인 시도는 물론, 아직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파격적 전략을 현장에 적용하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는 고객 경험을 더 매력적이고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 언제나 새로운 길을 모색하며 더 나은 방식을 시험한다.”
— 크리스토퍼 드 라퓌앵트Christopher de Lapuente, 세포라 회장 겸 CEO
현재의 성공에 안주해 판단이 흐려지거나 자만에 빠져서는 안 된다. 특정 시장이나 고객층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고 해서 기업의 유일한 성장 무대로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하다. 세포라는 뷰티 고객이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는 사실을 꿰뚫어 보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아는 고객과 일단 제품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어 하는 고객이다. 이에 따라 세포라는 자체 채널과 JC페니와의 파트너십으로 이미 강력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었음에도, 아마존 입점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이는 양사가 공유하는 공통 고객에게 더 큰 만족을 주기 위해 세포라가 다시 한번 경쟁적 협력 경로를 선택했음을 의미한다.
성장 과정에서 세포라는 자체 브랜드 매장, JC페니 내 팝업 스토어, 아마존과의 온라인 파트너십 등 그 어떤 선택지도 배제하지 않았다. 고객의 기대를 충족하고 잠재된 누적 수요를 해소할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 특정 선택지가 더 매력적인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세포라는 주저 없이 그 길을 택했다.
세포라 : 핵심 인사이트
고객 경험 개선을 핵심 가치로 삼고 경영진의 전폭적 지원과 투자가 뒷받침되는 기업은 이 경로에 매우 쉽게 진입할 수 있다. 성장 속도 또한 비약적으로 빠르다. 이러한 기업은 고객 경험 개선을 상황에 따라 ‘하면 좋은 일’ 정도로 여기는 기업과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전진한다. 전자는 미세한 조정만으로도 궤도에 오를 수 있지만, 후자는 사람과 시스템, 프로세스, 심지어 기업 문화까지 대대적으로 손봐야만 비로소 고객 경험 성장 경로에 진입할 수 있다.
세포라의 전략이 고객들, 특히 차별화된 경험에 민감한 젊은 세대에게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비결은 인적 투자와 기술 투자 사이에서 완벽한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에 있다.
세포라는 빅데이터와 애널리틱스, CRM 시스템을 총동원해 충성도가 가장 높은 핵심 고객을 식별하고 이들과의 관계를 정교하게 설계한다. 또한 이들에게 제품 관련성이 높은 콘텐츠와 개인화된 프로모션, 브랜드 정서를 강화하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제공한다. 이러한 파격적 전략을 통해 세포라는 핵심 고객을 브랜드와 더 높은 수준으로 밀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